귀촌해도 괜찮아, 우리가 응원해줄게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정반대의 시골은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익숙하지 않아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당신이 여성이라면 더욱 더.

도시에서는 상상조차 못 해본 원치않는 관심과 가부장제에서 기인한 편견과 오해가 당신을 꼬리표처럼 괴롭힐지도 모른다.

이같은 여러 차이 때문에 막상 귀촌을 했지만 시골생활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거나, 귀촌을 선택해야 하는데 마땅한 정보가 없어 두려운 당신이라면, 이제 이 팟캐스트를 듣는 것이 좋겠다. 바로 무항생제 방사유정란을 표방하는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이다.


외로워서 만든 팟캐스트

유기농 삶을 원하지만 뼛속까지 마트 유저인 도시녀 ‘계란말이’와 시골에 살지만 도시 음식이 그리운 귀촌녀 ‘프리타타’.

그리고 집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며 시골살이 하듯 도시에 살아 귀촌하지 않아도 충분한 도시녀 ‘우피디’가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

닉네임에서 드러나듯 우피디는 피디의 역할을 하고, 계란 음식을 표방한 귀촌녀와 도시녀는 팟캐스트를 진행한다.

팟캐스트 ‘귀촌녀의 세계란’을 진행하는 세 사람. 왼쪽부터 프리타타, 계란말이, 우PD다. © 귀촌녀의 세계란

이름에 귀촌녀가 들어간 팟캐스트지만, 정작 귀촌한 사람은 프리타타 한 명 뿐이다.

파트너 없이 홀로 농촌으로 이주한 프리타타는 다른 농촌의 비혼여성 처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말을 걸 수 있는 사이가 되면 단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자로 취급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나 차별을 피하기 위해 기혼여성인 척 거짓말 했던 적도 있다.

프리타타가 홀로 귀촌해 정착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평소에 귀촌을 고민하던 계란말이와 농촌을 애정하는 우피디, 두 사람이 합세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더 좋았을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더 많은 여성들과 ‘연결’되기 위해 그들은 팟캐스트를 만들었다.

다양한 모습으로 사는 여성들이 시골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무소의 뿔처럼 굳세게 걸어나간 언니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는 매스컴에서 나오는 ‘농사로 부자 된 사람’이나 넉넉하고 따뜻한 시골 인심같은 건 일언반구도 없다.

그녀들의 관심은 오직 그들이 표방하는 ‘무항생제, 방사유정란’ 같은 이야기다.

팟캐스트의 대부분은 안온한 자본이나 울타리 없이도 시골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자유롭고 용감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다.

반드시 시골의 삶이 도시의 삶보다 더 낫다고 권하지도 않는다.

진행자의 역할은 귀촌녀의 경험을 전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 까지다. 판단은 청취자의 몫이다.

자신들의 팟캐스트를 듣고 귀촌을 포기한다면, 그것도 나쁜 것 만은 아니라 말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살만큼 살아본 여자들은 다 안다. 아무리 애써 포장한다 해도 도시든 시골이든 삶에는 기쁜 일 보다 고된 일이, 좋고 아름다운 것 보다는 못 볼 꼴 봐야 일이 더 많다는 것을.

그렇다고 그들의 대화는 결코 ‘농촌여성 성토대회’나 ‘아무말 대잔치’로 흐르지 않는다.

충실히 구성한 원고를 바탕으로 여성이 현실적으로 자리잡기 위한 정보를 깨알같이 수집해 전하고, 홈페이지에 다시 한 번 정리해 올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골살이에 대한 정보를 한데 모아 다시 한번 정리해준다.

이 팟캐스트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선배 귀촌녀와의 전화 인터뷰는 진행자와 청취자, 인터뷰이를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귀촌 희망자의 궁금증과 이미 귀촌한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만나 귀촌에 대한 로망을 깨기도 하고, 때로는 북돋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그 주제에 맞는 액션플랜을 드려요. 이 과정에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멋지고 고독한 귀촌 여성들의 경험담과 조언이 한 몫하죠. 녹음 중에 귀촌 여성들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데 두 진행자는 매번 감동을 받거든요. 아마 방송을 듣는 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녀들은 연결될 수록 강하다

원래는 3회까지 해보고  할지, 말지를 정하는게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못 하겠어요저희가 너무 재미있어서요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기도 하고 모든 과정이 아직은 좋아서 얼마간 계속 녹음을  생각이에요.”

청취자들은 ‘귀촌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가 와 닿는다’, ‘귀촌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다’며 고마움을 표하고, ‘나도 그 사이에 끼어서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녀들의 지인들도 프로그램 구성이나 진행에 대해서 전문가급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계속 전화 인터뷰를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녹음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그분들의 언어로 직접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 좋고 따뜻해져요. 지나온 사람의 내공이 느껴지는 이야기죠. 특히 ‘사람이 자석같이 붙을 거야’는 말을 해준 경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던 모도리 언니가 ‘괜찮아 다 지나간 일이고 그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난 지금 여기에 있는거야.’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 너무 감동적이고 위안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런 언니들하고 이야기할 때면 가식 없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져요. 귀촌해서 사는 사람들만의 어떤 에너지, 전혀 다른 파형의 에너지죠.”

미디어 안에서 성차별적인 언어가 범람하는 시대, 여성들의 자립을 고민하고, 방송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서로를 응원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요즘 미디어와는 결이 다르다.

짧은 시간이지만, 진행자와 인터뷰이, 또 방송을 듣는 이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사이가 됐다.

“여성 청취자들이 ‘나 여기 있다’ 드러내 줄 때 가장 기뻐요. 이렇게 모든 귀촌 여성들이 서로를 드러내고, 줄줄이 엮여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많이 드러주내주세요. 저희를 ‘쓰담쓰담’ 격려해주시는 것도 좋고요.”

그렇게 그녀들이 연결되는 동안, 농촌에는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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