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늪 – 람사르습지, DMZ 이야기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의 용늪에 다녀왔습니다.

람사르습지를 아시나요?
1971년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는 자연자연과 서식시의 보전에 대한 최초의 국제협약을 맺습니다.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인데요. 람사르에서 맺었기 때문에 ‘람사르협약’이라 부릅니다. (‘습지협약’이라고도 부릅니다.)
현재 농경지 확장, 제방건설, 갯벌매립 등으로 습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 세계적으로 50% 이상의 습지가 소실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습지를 불결한 곳 정도로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습지의 생태적 기능에 대해 재평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약입니다.

람사르습지는 협약 가입 때 1곳 이상의 람사르습지를 목록에 등재하도록 합니다. 한국은 101번째 협약 가입자이고 가입할 때 대암산 용늪을 첫번째로 등록했습니다. (두번째는 유명한 창녕 우포늪입니다.)
(위키백과 참고/ 우리나라에 등록된 습지가 2015년 기준으로 19곳이라고 하는데 2019년 현재에는 22곳 입니다.)



한국 1호 람사르습지, 용늪

우리나라 1호 람사르습지인 용늪을 녹색연합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용늪은 식물의 사체가 1.8m까지 쌓여있는 깊은 습지입니다. 평균깊이는 1m 정도로, 영화에서 보면 습지에 사람이 발을 디디면 빨려들어가 결국은 지하로 묻혀버리는 위험한 곳으로 여기는데 사실 현실에서 그런 늪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답니다. 해설사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용늪에 빠져도 발목정도만 빠진다고 해요.

이렇게 식물 사체가 겹겹이 쌓여있는 레이어를 ‘이탄층’이라고 하는데요. 1년에 1mm 정도가 쌓인다고 하니 그 시간을 짐작할 수 있나요? (학자들은 그 시간을 4000~4500년으로 보고 있다고 해요.) 이탄층의 식물 사체는 썩는과정이 다른 곳보다 아주 느리게 진행되고 있고, 많은 양의 물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용늪은 대부분 안개가 끼어있는 날이 많습니다. 안개가 낀 모습 때문에 이름에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는 뜻이 담겼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생태적인 곳, DMZ

용늪으로 가는 길에 트래킹할 수 있도록 깔린 돌에는 식물의 화석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어떻게 이렇게 생태적인 곳이 남아있을 수 있냐고요? 바로 전쟁 때문입니다.

DMZ 생태문화지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 녹색연합

세계2차대전이 끝나고 한국전쟁 전까지 일본과 소련이 북위 38도 위선을 기준으로 각자가 관리하기로해 한국전쟁 전까지는 38선 이북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이후에 한국전쟁이 끝나고 만든 군사분계선(MDL)에 의해 강원도가 남한땅이 되었고, MDL을 기준으로 각각 2km씩을 북방한계선(NLL)과 남방한계선(SLL)으로 나누게 됩니다. 각자 군사활동을 금지하기로 한 반경 2km, 그러니까 NLL과 SLL 밖으로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민통선지역까지 통칭해 DMZ라고 합니다.

DMZ는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이북지역이라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었고, 이후에는 출입이 제한된 곳이 많았다고 합니다. 대암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하루에 사전 승인받은 250명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위치 때문인지 생태적 이유 때문인지는 긴가민가 하네요.) 금강산과 연결된 대암산에는 금강산 1만2천 봉 중 4개 봉이 있다고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 이후의 DMZ

대우산 곳곳에 있는 출입금지구역 표지판

남북전쟁 이후로 DMZ 부근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되었다고 합니다. DMZ 부근에는 남북이 심어놓은 지뢰가 많아 특히 위험한데다 대암산 부근은 세계적으로 면적대비 지뢰가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해 야생 동식물이 풍부하게 자라고 있는 곳에서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지뢰를 찾고 제거할지가 관건이라고 해요. 영화에서는 지뢰가 발을 떼면 터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DMZ에 묻힌 대부분의 지뢰는 밟는 즉시 터진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지뢰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사람은 어린이입니다.

DMZ에는 이러한 위험과 생태적 이슈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작이나 주거에 대한 요구때문에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지뢰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의 수만 늘어나고 있지요. 최근 남북의 사이가 좋아져 안보관광을 하거나 길을 뚫고 무언가를 짓는 계획이 예타나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채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다 통일이라도 된다면 한반도의 허리에 길게 이어진 거대한 생태적 띠에 단절이 생기게 되는 거죠. 물론 남북관계 개선도 좋고, 사람이 이런 생태계를 누리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만 고민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지뢰는 어떻게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을까요. 인간을 위해 ‘개발’하는 동안 어떻게 생태계가 최소한만 파괴될 수 있을까요. 인간이 즐겁고 기뻐하는 동안 죽고 다치거나 서식지를 잃는 동식물은 어떡해야 할까요.


용늪에 갈 때 경유하면 좋은 곳

대암산 트래킹을 위해 1박2일동안 묵었던 곳입니다. 사단법인 한국디엠지평화생명동산에서 운영하는 숙소와 시설로, 생태적이고 아름답게 지어진 건물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직접 농사지어 차려낸 밥도 맛있고요(물론 전부 자급할 수 없어 지역의 로컬푸드와 함께 밥을 짓는다 합니다). 이곳에서도 다양한 생태체험교육과 유기농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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