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파머 1년 9개월의 시간이 끝났다

헬로파머에서 2018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을 매니징에디터로, 기획자로 보냈다.

‘농촌페미니즘’과 ‘소농’이라는 마이너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헬로파머라면 원하던 기획을 마음껏 할 수 있을거라 판단해 3.8 여성의날 기획을 들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 판단은 정확했다. 다른 회사라면 ‘안 돼’라 말했을 두 주제를 즐겁게 다룰 수 있었고, 농촌에 사는 분들과 농민들에게 많은 응원도 받으며 일할 수 있었다.
대표가 행정을 했고, 적지만 꾸준한 월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말 행복하게 일했고, 많이 성장했고, 배웠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돈 없고 경험 없어 지원사업만 따라다니는 스타트업의 말로는 그 경험이 없는 자들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일할 때 어떤 식으로 상처를 주고 받았든, 맺고 끝는 것만 잘 해도 적어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기 싫은’ 사이로 남지 않는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평가와 인사는 필요하다는 뜻이다.

독자가 몇 명이 됐든 우리의 활동이 끝났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어야 했다. 처음 폐업통보를 받고 공적인 마무리를 요구했지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 중간에 말도 없이 퇴사한 사람이 등장해 홈페이지의 대표와 편집/발행인에 떡하니 자신의 이름을 넣어 헬로파머에서 내가 기획한 모든 것에 자신의 기획인양 숟가락을 얹고, 소셜미디어 계정을 개인 소유로 사유화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회사가 공식적인 마무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 제대로 정리할 것과 사과를 요구했고, 제대로 돌리겠다는 약속을 들었다. 물론 끝까지 제대로 마무리 지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요구했고, 꼭 되돌려야 하는 일은 되돌릴 수 있었다. 이제 헬로파머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 웃으며 말할 수 있다. 그거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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