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썰 @회사인간 퇴사인간

유펑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회사인간 퇴사인간> 에 출연했습니다. 지난 조직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했고요. 지금 헬로파머 – Hellofarmer를 발행하는 농밀공작소에서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팟캐스트 함께 나눴어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꺼내보는 지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건 아닐까하는 아쉬움도 드네요. ? 그래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쉬움에 팟캐스트에서 했던 이야기를 조금 정돈해 봅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는 내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일하면서 때로는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공감도 안 되고, 또 너무 과중한 노동량에 시달리며 주체적인 일을 갈망하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이 시간을 버텼기 때문에 일의 소중함과 일에 대하는 태도 등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던 것 같지만요) 그러다 우연히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식량주권사업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생산자 협동조합(언니네텃밭)에서 회계 담당자로 전직을 하게 됩니다. 언니네텃밭에서 너무나 자랑스러운 언니(여성농민회에서는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기 때문에 서로를 언니라고 부릅니다)들의 농산물 패키지를 조금씩 현실적인 수준에서 개선하고, 마케팅 방식을 신설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팀장으로 업무가 변경되었죠.

그때 처음으로 조직에 필요한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는 방식의 일을 하게 되었고, 남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보다 내가 제안하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일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찾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조직내 민주주의가 있던 팀에 있다 상명하복이 전부인 일반 조직에 들어가게 되니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대부분 매거진 에디터로 일했기 때문에 일 자체에서는 만족감을 느껴왔지만, 정말 작은 것까지 선배의 허락을 구하고 눈치를 봐야하는 것들이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단체에서는 우리의 방향이나 태도에 대해 사무국장부터 막내까지 다같이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일반 회사는 리더 한 두명의 결정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데서 불합리함을 많이 느꼈죠. 아마도 단체 상근이라는 경험이 저에겐 빨간약을 먹게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에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헬로파머에 입사를 제안하며 “하루는 농사를 짓고 나흘만 일하겠다”라 한게 유펑식 반농반X의 시작입니다. 처음엔 정규직인듯 외부 프리랜서인 듯 기사만 써서 제공하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메시지나 회사의 방향을 제가 정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매니징에디터이자, 행사 기획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이널컷을 스스로 배워서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이처럼 제가 하고싶거나 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해 해 나가는 형태가 저와 잘 맞더라고요. (저도 몰랐던 저의 업무 스타일을 발견하게 해준 언니네텃밭 언니들 고맙습니다. ㅋㅋ)

왜 농촌이 좋으냐, 농촌식 일하기 방식이 좋으냐, 이런 질문을 많이 듣는데요. 사람하나의 잔 재주를 귀하게 여기는 곳이 작은 조직이기 때문이에요. 큰 조직도 큰 조직대로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저는 사람이 너무 많은 자리는 나의 자리같지 않다고 느끼는 인싸는 못 되는 사람이라 작은 조직이 훨씬 좋아요. 앞으로 적정규모를 유지하며 일과 생활을 유연하게 연결지으면서 적당히 일하고 잘 사는 소작농 방식의 노동을 하는 것이 저의 로망입니다. 그런 저의 생각을 조금더 조리있게 설명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네요. 이런 저의 일에 대한 마음과 태도에 대해 팟캐스트에서 두편에 걸쳐 이야기해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분의 변호사님과 부장님, 고맙습니다!

회사인간 퇴사인간 1편 듣기
회사인간 퇴사인간 2편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