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농기계 광고가 ‘여혐’인 이유

지난해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성적대상화 해 사과문을 발표했던 농기계 회사가 새로운 광고를 냈지만, 여전히 여성혐오가 담겨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광고를 만든 대호 주식회사는 ‘개선된 광고’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광고를 싣어와 함께 비판 받았던 농민신문 역시 문제가 없다며 대호의 광고를 다시 싣고있다.

지난 광고를 보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느낄 정도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있다.” 비판한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개선된 부분이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지난해 대호 주식회사의 농기계 광고가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한 것을 고발한 적 있다.

여러 미디어에서 해당 광고를 인용해 보도하자 대호 주식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와 해당광고를 싣어온 농민신문를 포함한 세 곳의 매체에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수습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적인 자성과 후속 대책을 최대한 빠르게 논의하고 강구하겠다”

사과문에는 전직원이 참여하는 성평등 교육을 받고 재발방지를 위해 감수와 자문을 받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호 주식회사는 당시 미디어와 여성학자, 전국여성농민총연합이 지적한 부분만 뺀 채 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기자가 대호 주식회사에 입장을 묻자 대호 측은 ‘개선된 광고’이고 지난번과 같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 여성혐오는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이번 광고에 대해서는 자문을 받았고, 모델의 동의도 받았다.”

지난 해 문제의 광고를 게재해 온 농민신문은 헬로파머와의 인터뷰를 통해 “광고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대호의 광고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하지만 대호의 광고를 받기 전까지 어떤 심의과정을 거쳤냐는 기자의 질문에 농민신문 측은 반문했다.

“그게 어떤 문제가 있나? 광고에서 문제 될 요소들은 다 제거했고, 문구는 그곳(대호)에서 샅샅이 재검증을 하고 법적 검증을 받고 의뢰한 것으로 안다.”

대호 주식회사와 농민신문을 위해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의 해설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더 커지고 강력해진 실린더와 연결링크”

대호 주식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메인광고에는 써레의 기능을 소개하며 ‘더 커지고 강력해졌다’는 문구를 붙였다.

이는 남성의 성기를 강조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일 뿐더러 해당 부품을 정 중앙에 우뚝 솟은 것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남성 성기로 비유되는 농기구를 여성 모델이 바로 그 옆에 배치했다는 것 자체로 성적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 모델은 타이트하고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고, 그것을 팔로 껴안고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부분은 지금의 ‘개선된 광고’이기 이전에 ‘대물’로 표현됐으며, 비키니를 입은 사진과 합성한 채 ‘오빠~ 실린더와 연결링크가 대물이어야 뒤로도 작업을 잘해요’라는 문구를 붙여 큰 물의를 빚은 적 있다.

대호 측은 멘트와 옷, 포즈를 수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둑을 예쁘게 골라준다”

두둑은 논과 밭에 흙으로 두둑하게 쌓아올린 부분을 뜻한다. 하지만 여성의 성기를 표현하는 은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의 이중성을 의도적으로 사용해 남성적인 농기구가 두둑을 예쁘게 골라주고 다듬어준다는 것에 성적인 뉘앙스가 담겨있다.

다리를 벌린 여성모델을 그 위에 배치해 기능과 상관없는 ‘예쁘게’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능과 상관없는 포즈의 여성모델

대호 주식회사의 농기구 광고에 나온 여성모델은 농기구의 설명을 돕지 않는다.

노출수위가 높은 옷을 입고, 신체의 특정 부위를 강조한 포즈를 짓고 잇는데 여기서 여성의 성적인 대상화를 전면화 했다.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기 위해 맥락이나 긴 설명이 전혀 없는 이미지를 자극적으로 넣어 구성했다.

대호 주식회사의 개선된 광고에는 지난해 미디어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지적받은 부분만 제외되었고, 나머지는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전히 여성모델은 농기계의 성능을 위한 도구로서 배치되어 있고, 그마저도 성적인 암시를 담고 있다.

자신들의 광고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대호는 고개를 들어 지난 사과문을 보라.

“성능 좋은 농기계를 남성으로 상정한 점과 이러한 기능적 특성을 강조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 모델을 배치하여 성적 대상화한 것은 명백한 저희의 불찰이자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이었음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합니다.”

여전히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가. 대호 주식회사는 이 광고가 가진 문제를 지난 사과문에서 정확히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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