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이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냈다. 살림이나 농촌 살이의 즐거움이 아닌 여성농민으로 살며 고군분투한 일상과 노동에 대해 꾹꾹 눌러쓴 불편한 이야기다.
“고조선이야 뭐야?”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남성 연예인에게 한 여성 연예인의 일침은 끊임없는 패러디를 파생하며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 고조선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 철기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있다. 다름 아닌 여성농민들이다. 세상이 갈수록 ‘스마트’해져 남성들이 기계로 밀고 간 자리를 지키며 호미와 낫을 쥐고 일을 마무리하는 건 여성들의 몫이기에 농담으로 꺼낸 말인데 웃으라고 던진 말에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좋아지는 기계와 달리 여전히 박물관 철시기대 구역에 전시된 그대로인 호미와 낫. 누구도 대단한 혁신이나 묘안을 궁리하지 않는 여성들의 도구처럼 농촌에서 여성들의 노동은 상품이 되지도, 사지도 팔지도 않아 값을 매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기처럼 반드시 필요해 묵묵히 세상의 한켠을 지키고 있노라 지적하는 사람이 있다. 여성농민으로 사는 자신의, 주변 여성농민의 삶과 노동에 돋보기를 들고 이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사람. 구점숙 여성농민이다.
구점숙 여성농민은 2015년부터 한국농정신문에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이라는 코너에 자신과 이웃의 일상을 칼럼으로 소개하며 모아온 글을 지난달 책으로 엮어냈다. 자신과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여성농민은 물론, 여성농민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농민, 농업 관련 공무원들과 농협 관계자들이 의미를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그와 책에는 다 못 쓴 이야기를 나눴다.
책 나온 것 축하드려요. 겨울이고, 좀 놀고 싶을 텐데 남해는 겨울에도 초록빛이 많아서 겨울에도 할 일이 많아 보여요.
남해는 원래 농한기가 없어요. 따뜻한 기후가 농업 경쟁력이어서 사계절 농사가 있고, 바다가 있어서 요즘에는 밭일 하는 중간중간 굴도 까야 해요. 나에게 논다는 것은 농사 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건데 틈틈이 농민회 활동하고 회의하니까, 그러면서 놀고 있어요.
처음에는 인터뷰를 거절 하셨는데, 이유를 물어볼 수 있을까요?
나한테 초점이 맞춰지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이름을 갖게 되는 것만큼 책임을 못 지게 될까 봐요. 그리고 나는 대중조직의 활동가니까 내 이름이 너무 알려지면 활동하기 불편할 것 같았어요.
남성들의 이야기만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져서 여성 인터뷰이를 많이 찾고 있는데 많은 여성들이 인터뷰를 거절해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자기검열을 많이 한다고 느껴져요.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더요.
그게 더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운동하면서 자기검열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요. 또 나라는 사람이 대중에게 소개되며 대상화되는 것, 나를 다르게 보는 것에 대한 경계도 있어요. 개인이 소개된 이후에 저를 보는 방식이나 제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될까 봐 조심스러운 거죠.
<월간 옥이네> 1월호에서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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