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그냥 단맛만 난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서숙경 언니가 처음 선보인 ‘삼광’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갓 지은 밥에서 꾹꾹 눌러 만든 누룽지 향이 나고, 막걸리를 담가보니 새콤하게 쏘는 맛이 어찌나 매력적인지요. 자신을 ‘양조장집 아들’로 소개했던 이가 삼광으로 담근 막걸리를 맛보고 표정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맛 없이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게 올라오는 풍미를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밥맛이 다르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구나, 하고요.
이렇게 맛있는 삼광벼를 생산하는 숙경 언니가 사는 고령은 ‘고령옥미’라는 브랜드의 삼광이 특산품이라 할 정도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삼광은 2003년 농촌진흥청에서 ‘최고품질 벼’ 품종 개발 연구로 만들어진 첫 번째 품종으로, 수량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으로 유명하죠. 게다가 밥 맛도 좋아 숙경 언니 밭 주변도 온통 삼광벼를 재배하는 논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숙경 언니네 논은 조금 다릅니다. 삼광을 주력으로 키우는 중에도 열세 종류의 토종 벼도 함께 키우고 있거든요. 숙경 언니가 기르는 토종벼는 몇 단지의 논에 나누어 품종별로 100m씩 한 줄로 심었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낫질하며 수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숙경 언니는 왜, 인기 있는 삼광 논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고생스레 토종을 농사짓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