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아주 참담한 노동인 동시에 멋진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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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농사가 환경을 살린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배운 어느 날, 경기도 양평군에서 ‘종합재미농장’을 일구는 김신범, 안정화 농민을 만났다. 법적으로 약 302평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거나 임대해 경작해야 농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에 이들은 340평이라는 최소한에 가까운 규모의 밭에서 자연농을 기반으로 농사짓는다. 땅을 갈아엎지 않고, 땅 위에 살아가던 농생물이 일생을 살다 흙 위에 쌓여 역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유기농의 의미가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는 것’으로 축소된 시대. 농약과 비료 이외에도 자연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부단히 찾아 실천하는 농사를 흔히 ‘유기농 이상’이라 부른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농장에서는 모종이라도 키우려 마련하는 작은 하우스나 비닐 터널마저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의 밭을 보면 유기농 이상이라는 단어가 문자 그대로 이해된다. 작은 농사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기르고, 기계 대신 손을 움직여 땅과 작은 생명을 해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풀 한 포기 뽑는 것조차 밭의 생태계를 망칠까 고민하며 작물만큼이나 풀과 곤충의 존재도 소중히 여기는 농사. 작물과 농생물의 관계에서 나아가 인간으로 살면서 지구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는 그들의 일상은 농장의 이름처럼 재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의 종합체다.


낭만적인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농사’ 

얼핏 그들이 정신적, 생활적 기반으로 삼는 자연농의 서사는 낭만적으로 들린다. 땅을 갈지 않아도, 풀을 뽑지 않아도… ‘하지 않아도’의 연속인 뺄셈의 농사와, 다른 농장이었다면 땅을 갈고 다진 뒤 까만 비닐을 씌웠을 자리를 오밀조밀 덮은 풀들. 작은 농기구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꿈꾸는 ‘흙을 만지는 농사’의 전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농사를 유지하기 위해 둘 중 한 명은 전업농을 포기해야 한다. 이 커플의 경우에는 아내인 정화 씨가 직장을 다니는 것으로 정했다. 

효율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자연농은 순진한 생태주의자들의 방식’이라 여기기도 하지만 이들은 꽤 계획적이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며 보낸 3년 동안 도시텃밭을 가꾸며 농사의 즐거움에 푹 빠졌고, 도시텃밭에서 운영하는 강좌에 꾸준히 참여해 공부했고 귀농학교도 다녔다. 2015년에는 부부가 모두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7개월간 유럽으로 농사여행을 떠났다. 신범 씨와 정화 씨는 농가를 찾아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형태인 우프와 생태여행으로 독일, 덴마크, 영국의 녹지와 도시텃밭과 파머스마켓, 공동체, 농가를 다니며 다양한 유럽 농민의 삶을 체험했다. 정화 씨는 7개월간의 유럽여행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덴마크의 생태공동체인 스반홀름에서의 경험은 특히 그 감각을 깨우게 했다.

“스반홀름은 덴마크에서 굉장히 작은 규모의 생태적인 농장이라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큰 농장이에요. 하루는 스반홀름의 양파밭에서 제초를 했어요. 그 땅은 돌려짓기를 하기까 전 해에는 감자밭인 땅이었어요. 그래서 드문드문 알감자가 나오는데 그걸 다 뽑아버리라는 거예요. 그전까지 잡초라는 건 먹지 못하거나 이름 모를 풀이라 여겼는데, 그 순간 잡초라는 개념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구분하는 단어라고 느꼈어요. 그 일을 한 뒤에 둘이 ‘적어도 우리 밭에는 뭐가 자라고 있고, 뭐가 잡초인지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농사를 짓자.’ 이야기했어요.”

월간옥이네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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