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과 텃밭이 있는 마당에서 놀던 날들

<우리는 모두 분해자가 되어야 한다>의 할머니 버전 <음식물 쓰레기는 원래 흙이다>
인천시 소규모 공동주택 주민 자치관리 활성화 사업으로 인천시 계양구 어느 빌라에서 할머니들과 텃밭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농사는 저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고수이기 때문에, 첫 시간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사회적비용과 노동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수업을 진행했어요.

“선생님, 더 얘기해줘. 우리 많이 배워야 해!”

라고 말씀하시던 반장 할머니의 이야기에 감동받아 간과 쓸개도 내놓고 올 뻔. ?

한 달동안 총 4번의 수업이 진행됐는데요, 할머니들이 가꾸는 텃밭 마당에서는 퇴비만들기 수업과 할머니들 텃밭에 피어난 꽃을 엮어 제로웨이스트 부케를 만들고, 직접 기른 작물을 그리고 자신이 가꾸는 구역의 내년 계획을 세워 디자인해보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전에 드로잉 해보고 그림도 그려보며 그림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처음에는 선긋기부터 했어요. 그런데 우리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씀,

“뭐여 치매 교육하는 건가?”
“아녜요?? 선부터 그으시면서 이 펜이 어떻게 나오나, 굵기는 어떤가 나랑 잘 맞나 테스트 해보시는 거예요. 점선도 찍어보시고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좋은 표현방법을 고민해보세요”
“하이구 참 꿈보다 해몽이네, 선생님이 말을 참 예쁘게 해”

저는 정말이지 할머니들의 블랙유머에 몇 번씩 쓰러질 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앞으로 알려준 퇴비로 텃밭 잘 가꾸고 계시나 종종 찾아뵐 예정이에요. 도시에서도 순환의 삶을 살고계시는 우리 할머니들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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