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음식물쓰레기 분해자가 되어야 할까?
골목에 널려진 쓰레기 중 가장 혐오스런 쓰레기인 음식물쓰레기는 처리시설로 운반할 때 드는 탄소발자국과 사회적비용이 막대합니다. 또 일반쓰레기와 섞이면 매립되면 메탄가스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해요. 하지만 잘 썩히면 퇴비로 만들 수도 있죠. 그래서 이전에는 텃밭을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로 결심했어요. 그 이유는 음식물쓰레기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아주 위험한 노동의 현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더러운’ 장소가 일터가 되는 것은 지금의 구조에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그렇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러한 일이 그냥 조금 더러운 일을 수행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생명에 위협을 가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냥 조금 더러운 일이 아닌 생존의 문제 <다시 원은 닫혀야 한다> 이현정, 진인진, 125-126p.p
(중략) 그는 대형병원 응급실 간호사였다. 어느 밤, 엠뷸런스에 실려온 환자의 온 몸에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났고 입코귀는 모두 음식물 쓰레기가 차 있었다. 급하게 옮겨 기도를 확보하고 처치를 했지만, 결국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그 환자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업체의 노동자였다. 여느날과 같이 음식물쓰레기를 혼합하는 기계에 수거해 온 쓰레기를 넣었는데 기계의 작동이 멈췄다 한다. 이유는 봉투 안에 또 다른 봉투가 있었고, 그 봉투가 음식물쓰레기를 잘 섞이도록 돌아가야하는 교반날개의 회전축에 끼어서 였다. 기계가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그 음식물쓰레기 안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들어간 직후 음식물 쓰레기가 뿜어내는 가스에 정신을 잃고 그 안으로 빠져버렸다. 그는 결국 음식물 쓰레기에 익사한 것이다.
많은 산재들이 그러하듯,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고 은폐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공식적으로 정화조와 하수도 맨홀에서 작업 도중 질식사로 ‘사망’에 이른 노동자만 83명에 이른다(추락사 제외).
STEP 0. 분해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
저는 ‘보카시(저는 혐기발효, 혹은 혐기분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혐기분해라고 표기하겠습니다)’라는 분해방식을 응용해 퇴비를 만들고 있어요. 혐기분해는 한국 전통농업에서 퇴비를 만드는 방식을 일본에서 ‘분해한다(보카시)’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자, 이제 분해자가 될 준비가 됐나요?
혐기분해를 시작하기 전에는 약 10만원이 조금 안 되는 초기비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5년 정도는 혐기분해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거나 아주 적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분해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준비해야 할 것들은 이렇습니다.
1. 보카시버켓(보카시빈/혐기통/퇴비통/분해통)
분해통은 두개 이상 준비하셔야 합니다. 저는 20L짜리와 10L짜리 두개를 번갈아가면서 쓰고있습니다.
분해통(보카시버켓)을 살 수 있는 링크(이미지 순으로)
- 가정용 간편 콤포스터 (10, 15, 21L) / (고장이 잘 나고 내구성이 약해 권하지 않습니다)
- 강남프라스틱 음식물쓰레기통 (5L) / 집이 너무 좁거나 입문용으로 저렴이 구하신다면 5L짜리만 권장 (10L부터는 뚜껑이 헐렁한 편)
- 가든팜 키친콤포스터 (20L) /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에 혐기분해에 가장 최적화된 용기/ 뚜껑 열기 가장 편리함/ 부품만 따로 구매 가능)
2. 미생물
EM활성액은 대부분 지자체 주민센터에 통만 들고 가면 무료로 나눔받을 수 있는 것, 다 아시죠? 모르신다면 주민센터에 문의전화를 하고 빈용기를 들고가서 받아오세요.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고, 계속 사서 해결해야 한다면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듭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루트가 생각보다 많을 거예요.
하지만 요즘엔 우리동네 주민센터에도 EM이 없는 날이 많고, 계속하다보니 미생물 가루를 쓰는게 더 편해서 가루 정보도 공유합니다. (미생물은 퇴비용이라면 뭐든 상관 없고, 500g 한포 사면 1년 이상 사용합니다)
- 코리아히록스 락토플렉스 – 텃밭용 고급 미생물. 조금 비싸다 생각돼도 아주 조금만 써도 효과가 좋고 특히 냄새와 곰팡이를 잘 잡아줌 (사용중)
- 컴포스트카페 – 커피찌꺼기에 최적화 (만약 카페에서 퇴비를 만든다면 이런 전용 미생물을 사도 괜찮을 것)
STEP 1. 어떻게 분해자가 될까
저는 임의로 분해단계를 1단계~3단계로 나눴습니다. 이해가 쉽도록 1~3단계로 소개할게요.
1단계 (2주동안 음식물쓰레기 모으기-2주)
1단계는 2주동안 음식물쓰레기를 모으는 기간입니다. 썩는 쓰레기들을 통이 찰때까지 2주 정도 모아줍니다. 그러면서 보카시주스라고 부르는 침출수를 매일 빼줘요. 50배 농축한 피클냄새가 납니다. ? EM이 들어가 냄새가 시큼해져서 견딜만해요. 환기시키면 냄새는 빠르게 빠집니다. (사실 안 넣어도 무방합니다. 퇴비화에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미생물 보다 얼마나 많이 잘라서 연면적을 넓게 만드느냐 거든요?)
음식물쓰레기와 유기질쓰레기를 추가할 때마다 미생물을 넣어주면 퇴비화를 과속하고 수분을 보충해주는데 좋고. 잘 섞어주거나 꽉꽉 누르면 더 좋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그리 애쓰지 않았어요. 미생물 대신 빼낸 보카시 주스를 다시 통 안으로 끼얹어주는 방식도 좋고 미생물을 아예 안 써도 큰 문제는 없어요.
- 보카시에 넣어도 되는 것: 달걀껍질, 헹군음식물찌꺼기, 커피찌꺼기, 휴지(펄프100%), 죽은식물(잘 잘라서), 머리카락, 손톱발톱 등 썩는 쓰레기 (고기나 생선이 조금씩 섞이는 것은 크게 문제 없어요)
- 보카시에 넣으면 안 되는 것: 우유(권하지 않습니다), 동물 뼈(해봤는데 분해 안 됩니다) 그 외에 썩지 않는 물질, 그리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제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하는 겁니다)
2단계 (완전 혐기발효하기-2주)
2단계는 보카시버켓을 완전히 닫은 상태에서 보카시주스만 빼주는 2주동안의 기간을 말합니다. 밀폐하고 묵히는 기간이라고 하지만 상태가 궁금하면 뚜껑을 열어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은 안됩니다. 이렇게 2주를 묵히면 끝나는 간단하고 편리한 방식이죠.
STEP 3. 분해 이후 발생한 퇴비는 어떡할까
3단계 1. (흙이랑 섞어서 퇴비화하기-2주)
보카시 1-2차 단계를 거치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원예용 상토에 흙과 섞어 토분에 넣어줍니다. 대략 흙과 2:1~3:1 정도로 섞어주시면 됩니다. 흙과 음식물쓰레기가 섞이면 놀랍게도 냄새가 많이 사라져요. 저는 공간이 부족해서 아파트 현관에 뒀는데, 한번도 냄새가 난다는 민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 상태로 2주를 다시 묵혔다가 2주가 지난 뒤에는 식물을 옮겨심어도 경험상 문제없이 잘 큽니다. 채로 쳐서 흙만 쓰고 남은 건더기는 다시 새로운 퇴비와 섞어서 오래오래 묵힐 수록 더 좋은 퇴비가 됩니다.
3단계 2. (공동체가드닝하기)
저는 2020년 6개월 정도 혼자서 혐기분해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현관에 화분을 계속 늘어 놓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텃밭에서 하고 있는데, 혼자서 하는 것보다 동네에서 함께하고 싶어서 주민자치위원회 마을환경분과에 가입했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제안하고, 모임을 만든 결과… 짜잔! 마을에 화단이 생겼습니다.
마을에는 커다란 점보콤포스터를 설치해 참가자들이 1,2단계만 거쳐서 퇴비를 삭혀오면 3단계는 공원에서 분해해 마을의 화단으로 순환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삭혀온 퇴비를 넣고, 위에는 꼭 풀이나 낙엽을 긁어서 뿌려줘야 해요. 그래야 더 좋은 퇴비가 되고, 안 그러면 퇴비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민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저는 화단을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퇴비통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굴러다니는 것을 고려해 키홀가든 모양으로 계획해봤어요. 아마 꽃들이 자라면 퇴비통은 더 잘 가려지겠죠. ?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스스로 분해하고, 그 유기질쓰레기가 사회적 비용과 누군가의 위험한 노동에 기대지지 않고, 마을의 유기농퇴비로 순환하는 사례가 마을 곳곳에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분해자 워크숍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집은 음식물쓰레기 뿐 아니라 썩는 쓰레기통을 거실과 화장실에 각각 두어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정도가 많이 줄었어요. 1주일에 5L짜리 쓰레기봉지 한 장 채우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 되었죠.
유기질 쓰레기를 분해하는 것은 단언컨대 분리수거를 확실히 하는 것보다 더 큰 성취감을 주는 일이에요. 내가 만든 쓰레기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하고, 그 흙에서 자라나는 식물의 모습을 보면 내가 이 순환과정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죠.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가 알고 경험한 방식을 아낌없이 나누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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