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귀농·귀촌 캠프에 가서 강의만 들을까?
저 선생님의 성공사례를 따라하는 건 나에겐 황새가 뱁새를 쫓는 격인데 유용할까?
특출난 사람이 A부터 Z까지 전부 이야기해주는 걸 듣기 보단 A만 이야기 하더라도 내가 직접 말하고 싶고, 잘나지 않더라도 내가 궁금한 사람에게 그 의견을 묻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캠프를 기획할 때는 덧셈보다 뺄셈을 더 많이 하기로 했다. 배움이 있는 귀농·귀촌 캠프가 여러 단위에서 열린다면 굳이 우리까지 그런 캠프를 할 이유가 없었고, 농업과 농촌을 잘 알기 보다는 알아가고 있는 우리가 만든다면 알려주는 캠프가 아닌 각자가 원하는 모습의 농촌에서 스스로 발견한 보물을 찾는 캠프를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리고 유명한 연사의 강의는 무엇보다 우리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이렇게 빼고 싶은 요소를 골라내 뺄셈부터 하고보니 우리의 주제는 더 명확해졌다. 각자가 알아서 원하는 시골의 모습을 찾는 것. 본격적인 귀농·귀촌 캠프는 많이 있으니 농업·농촌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사람부터 진지하게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이 각자가 발견한 것들을 나누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럼 ‘시골 발굴 캠프’ 어때요?” 당시 동료였던 8이 제안했고, 우리가 준비한 캠프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한 그 이름에 모두 무릎을 쳤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캠프의 이름이 정해졌다. 내친김에 8은 구호까지 뚝딱 만들어냈다. ‘이렇게 귀한 곳에 이렇게 귀한 분이’. 농촌에는 잔재주를 가진 누구나 귀한 대접을 받고, 자연의 흐름과 속도에 맞춰 살고싶은 이들은 농촌이 정말 귀한 곳이라 생각한다. 농촌을 좋아하는 귀한 사람과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귀한 곳. 장소와 사람만 있으면 채워지는 캠프란 어떤 모습일까. 우리도 예측할 수 없는 사흘의 시간이 너무나 기다려졌다.
안녕, 귀한 분들
어디에도 없는 콘셉트의 이 캠프에 온다는 귀한 분은 과연 누굴까. 기대 반, 두려움 반(귀한 분들이 혹시나 자신의 시간을 낭비했다 생각할까봐 진심 두려웠다). 캠프 집결지인 둠벙에 먼저 도착해 귀한 분 한 명 한 명을 기다리는 일은 정말 설렜다. 무언가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캠프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자유롭게 원하면 기록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도구를 마련했다. 그래서 ‘발굴키트’를 만들었고, 면파우치에 발굴한 것을 기록하는 카드와 펜, 혹시나 들풀의 씨앗이나 나뭇잎 등을 채집할 수 있도록 작은 채집봉투를 넣어 나눴다.
처음 만나 어색한 우리는 각자가 갖고 있는 시골살이의 ‘로망’에 대해 풀어놓으며 자기소개를 나눴다.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가치관으로 지내온 각자가 서로를 더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공동의 약속도 만들고, 캠프와 농밀공작소, 옥천에 대한 키워드를 뽑아 간단한 게임도 했다. 빨리 친해지기 위한 나름의 장치였는데, 우리의 부담이 너무나 느껴졌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우리는 도시에서 농촌이주를 준비하는 참가자 중 귀농귀촌 캠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올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농업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참가자도 셋이나 있었고, 이미 많은 농촌 현장을 취재한 기자와 연구자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농촌 캠프나 농촌살이 프로그램을 체험해 본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험을 해온 참가자들은 각자의 질문을 가지고 캠프로 찾아와 사흘의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축산을 하고 있는데 농촌과 중소도시에서는 만날 수 있는 청년이 제한되어 있어요.
-도시에서 농촌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생각이 듣고 싶었어요. 역으로 저는 농촌에서 도시로 나가볼까 하는 고민도 요즘 하고 있거든요.
-귀농을 준비중이라 농촌살이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어요.
-농부가 꿈인데 농사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다른 직업이 뭐가 있는지 배우고 싶었어요.
옥천신문사와 월간 옥이네에 가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쓰레기장에 간다니, 너무 궁금했어요.
아름다움, 그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을 발굴
고층건물로 빼곡한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을 찾으면 숨통이 트인다. 어디서든 초록빛 숲과 나무를 볼 수 있는 농촌의 이면에는 난개발이 있고, 도시 사람들을 위해 에너지를 만들거나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 있다. 그럼에도 옥천은 농촌 중에서도 유난히 난개발이 없어 어딜가도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금강과 대청호에 인접해 있어 많은 면적이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기 때문이다(수질보전 지역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면적의 83.8%를 차지했다).
우리는 월간 옥이네의 도움으로 옥천의 생태 중 특히 아름다운 용암사와 부소담악을 보고, 옥천 경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청소해주는 폐기물 종합처리장을 찾았다. 특히 나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해하는 존재인 폐기물 종합처리장을 강력하게 주장해 넣었는데, 쓰레기장은 전부터 지역에서 행사를 한다면 반드시 넣고 싶은 장소였다. 다른 지역에서 옥천을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우리가 이동하는 것,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쓰레기와 직결되어 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줄이려 노력해도 만들 수 밖에 없는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의미있지 않을까.
예상과 달리 쓰레기장 보다 우리를 더욱 숙연하게 만든 건 부소담악이었다. 상쾌한 풀 내음이 가득하고 물을 주변으로 숲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에 모두가 감탄했다.
-우리 마을에도 비슷한 곳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좀처럼 찾기가 어렵네요.
-제가 사는 마을엔 침엽수 위주로 심겨져 있고, 이렇게 나무 종류가 다양하고 물이 있지도 않아요. 우리 마을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물에 산이 반사되어서 물 색도 이렇게 초록색인가 봐요. 정말 아름다워요!
부소담악의 산책로 끝에 있는 정자까지 올라가자 물 위에 둥둥 떠있는 부유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아름답다 생각한 초록빛 물의 정체는 녹조였다. 부소담악 주변으로는 대청호를 만들며 집이 수몰된 이주민들이 사는 집이 많았다. 자연경관이 아름답지만 농지가 없어 주민들이 생계로 힘들어 하고, 그래서 부소담악을 관광지로 만들어보려 꽃도 심고 장승도 세웠지만 녹록치 않다는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부소담악 입구에 세워진 장승과 카라반, 그리고 정말 열심히 심어 놓은 조경수들. 따로 보면 아름답지만 함께 보니 기이한 풍경이었다. 마을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설치물을 요구하고 배치했는지를 생각하며 바라보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참가자들은 그 뒤로도 정말 오랫동안 부소담악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애써서 뭔가를 많이 만들어 두기보다는 그냥 두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것. 마을을 가꿀 때에는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
로망과 현실의 단짠단짠함이란
여러분들이 농촌으로 이주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놓은 걸 봤어요. 느낀 건 시골(생활)에서 낭만적인 것 밖에 없어요. 일하는 건 없고요. (웃음) 그런데 여기서 소름돋는 건 나도 저런걸 원해요, 하하. 하지만 너무 낭만의 시점으로만 접근하면 안 되거든요.
농업은 낭만보다 생업이라는 것을 알려준 옥천목장의 자칭 ‘금수저 목부’ 호미. 그는 아버지가 하는 목장을 승계받은 7년차 목부다. 농촌에서 만난 대부분의 승계농 가족의 사례처럼 그의 아버지도 스스로 터득하길 바라는 선배라 금수저이지만 맨땅에 헤딩하며 고생도 많이 했단다. 농사가 얼마나 현실적인 거냐면, 송아지의 컨디션에 따라 사올 때 가격이 다르다. 보통 250~500만원 사이다. 그 송아지를 키워서 큰 소로 만드는데 보통 300만원 정도의 사료값이 든다. 그리고 그 소는 다시 가격이 매겨진다. 옥천목장에는 ‘행복한 소’, ‘건강한 소’, ‘안달린 소’가 있는데, 소들이 밀집돼 냄새가 날 것 같은 보통의 축사 이미지와 달리 아주 쾌적하고 소의 표정에도 여유가 있다. 낯선 사람을 봐도 경계하지 않고 다가오는 소를 보며 감상에 젖을 때마다 호미의 아버지는 찬물을 끼얹듯 질문한다. “자, 이 소는 얼마에 들여왔을 것 같니?”
소의 생김새만 보고도 언제, 어디서, 얼마에 사왔는지를 알아맞히는 장인 아버지와 엑셀로 소의 정보를 열심히 찾는 아들. 40년 노하우의 달인과 신식문물에 능한 청년 목부를 비교하는 것도 나름 관전포인트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때때로 만화 속 악당처럼 로망만 가득한 우리의 환상을 깨기도 하지만 옥천목장은 눈에 보이는 데마다 낭만이 걸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경을 전공하고, 조경회사에서 일한 적 있는 호미는 농장의 빈틈을 화려한 꽃으로 메웠고,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산 초입에는 야자수 잎이 그려진 테이블 보를 깐 식탁과 탁자, 한껏 허리를 젖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두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직접 기른 허브, 드래프트 맥주와 갓 내린 커피, 이게 로컬음식이 맞나 싶은 에그타르트와 도토리 가루를 넣은 호사스런 디저트에 인근 마트에서 나온 자본주의식 다과(!)가 뒤섞인 만찬을 제공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입 아프게 자랑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의 만찬을 현실로 옮기면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었다. 로망과 현실을 밀고 당기며 그 어딘가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고 있는 목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시골살이 현실의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몇 명의 귀한 분들이 옥천 목장을 발굴한 시간에 또다른 귀한 분들은 배바우 공동체에서의 일과 이웃(동료)과의 관계, 지역미디어인 옥천신문에서 미디어가 해야 하는 일과 보람에 대해 발굴하는 시간을 각각 선택해서 보냈다. 적극적으로 귀농을 권하는 공동체 선생님의 이야기는 배바우 공동체를 선택한 참가자의 피드백마다 빼곡히 적혔고, 청년 여성도 기자라는 직업인으로 대하는 옥천 주민들을 보며 지역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발굴할 수 있었다.
최고의 발굴은 역시 사람!
-00는 농촌생활이 만족스러워 보이는데요?
-사회구조 자체가 경쟁할 수 밖에 없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과 자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무도 없는 농촌에서 이렇게 사는게 힘들어요. 만약에 누군가 농촌 가서 농사짓고 싶다고 하면 00처럼 지내보라 하고 싶어요.
-같은 농촌이지만 처음 농촌에 들어가 만났던 어른들과 공동체에서 받은 느낌이 경쟁하는 구조는 아니었어요. 그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은 어쩔 수 없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건 맞지만 현실적인 부분보다 사람에 더 포커스를 맞췄어요. 물론 대부분의 농촌이 먼저 말한 모습이랑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를 위해 이제는 서로 돕고 당겨주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현실과 구조 속에서 00가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것 자체로 힘이 돼요.
-사실은 ‘네가 얘기하는 세상은 현실에 없는 동화같은 세상이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 조금 조심스럽기는 해요. 하지만 그런 시선 때문에 나한테 일어나는 일을 가감해서 말하거나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편적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저한텐 분명 그런 자리가 있었어요.
<생태와 공동체> 대화 테이블
귀한 분 00이 살고 있는 마을은 어른들이 청년에게 기꺼이 땅도 빌려주고,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청년에게 정착 지원금을 주는 곳이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중 가장 농사에 긍정적인 사람이었던 00. 그가 살고 있는 마을과 그가 농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캠프가 끝난 뒤 많은 귀한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으로 00을 꼽았다. 옥천의 아름답고 따뜻한 면을 발굴했지만 사흘이라는 시간은 농촌 이주를 결심하기엔 너무 단편적인 시간. 농촌으로 이주해 농사짓는 삶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들은 00이 지닌 태도에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한다.
-‘보투라의 희망기지’라는 다큐를 봤어요. 안 먹는, 안 쓰는 재료를 가져다가 요리사를 초빙해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이야기예요. 쓰레기 문제나 노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어요. 비전력 문제에 관심이 많고 비전력, 비화학 생활도 하고 싶어요.
-도시 근교, 차 타고 나가면 논 밭 그런게 보이는 귀농 비슷한 느낌이 나는 그런 곳에 집을 차려놓고 살고 싶어요. 귀농이라고 해서 그렇게 거창하게 생활하는 것 말고요.
-‘적당히 벌어 잘 살기’라는 책을 봤어요. 그 책을 바탕으로 삶을 꿈꿔요. 도시농업 시슷하게 하면서 닭도 키우고, 모심기를 하는 내용이에요. 한 달에 10만원이면 숙식이 다 해결되는 하우스 쉐어를 하는 것을 원해요. 혼자 살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느슨한 연대를 꿈꿔요.
<형식이 없는> 대화 테이블
현실에는 로망만 존재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꿈과 이상을 갖고 모인 사람들. 모두 각자가 바라는 농촌의 모습과 나의 삶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는 순간에는 눈이 반짝 빛났다. “농사짓는게 쉬운 줄 아냐”, “시골이 얼마나 불편한 곳인데” 평소에는 단편적으로 경험한 시골을 두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데 여기선 모두 같은 고민을 거친 사람들이 모였으니 폭풍같은 공감과 지지가 이어진다. 그러니 말해도 시간은 모자라고, 프로그램이 끝나도 모두가 한결같이 외치는 말이 있었으니. “시간 연장해 주세요!”
-저는 소만 키우는 전업농은 아니에요. 과수도 하고 있고, 어머니와 함께 회사도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한 분야만 전념하는 전업농이면 신경쓸 것이 줄어서 좋긴 하지만,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한 분야에 집중하기에는 위험부담도 크고.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러 일들을 하고 있어요.
-하나에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에 공감해요. 작물의 가격은 고정되어 있지않고 계속 변하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해요.
-교수님들은 통계를 보면 보인다고 하는데…(좌중 웃음)
-통계는 사후의 것들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나도 알 수 있어요 (웃음) 귀농귀촌 계획은 두루뭉술하게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두루뭉술하게라는 말이 나쁜 뜻이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에요. 최소한의 계획만 가지고 있으면, 상황이나 환경이 변화했을 때 쉽게 대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ㅁㅁ는 한농대와 같은 학교로 진학을 꿈꾸시나요?
-생각은 있지만 확정은 아니에요. 하고싶은 것들도 많고 고민도 많아요. 그래서 먼저 경험하신 분들 이야기들 들어보고 싶어요. 그런데 강연을 들으러 가면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어요. 실퍠의 경험담이나 농업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맞아요. 저도 처음 배울 때 늘 성공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들의 경험이 저한테 바로 적용되진 않았어요. 예를 들면 그 분의 땅은 모래가 섞여있는 땅인데, 제가 가진 땅은 그렇지 못한 땅이라든지. 이건 작은 예시이지만 이런 것들이 많이 쌓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요.
<먹고사니즘> 대화 테이블
캠프의 공동약속 중에는 “모두가 닉네임을 부르고, 나의권력(나이, 젠더, 장애, 지위, 출신, 이주연차, 경험 등)을 인지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며 존중합니다.”는 조항이 있었다. 다행히 모두가 약속을 잘 이해해 줬고, 나이나 경험에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말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이 일방적이지 않았다. (수평적 대화는 캠프 후기에 만장일치로 좋았던 것으로 꼽힌 장치이기도 했다.) 귀한분들과 대화 나누고 어울리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 했던 걱정과는 달리 때때로 나는 내가 스텝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기도 했다.
클리쉐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날 우리가 발굴한 건 사람들이다. 우리가 앞으로 농촌과 농업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거라는 것.
그리고 귀한분들이 말한 취향과 원하는 농촌의 문화를 우리의 일과 방향으로 녹여내 제안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발굴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