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그냥 단맛만 난다고 생각했는데, 작년 서숙경 언니가 처음 선보인 ‘삼광’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갓 지은 밥에서 꾹꾹 눌러 만든 누룽지 향이 나고, 막걸리를 담가보니 새콤하게 쏘는 맛이 어찌나 매력적인지요. 자신을 ‘양조장집 아들’로 소개했던 이가 삼광으로 담근 막걸리를 맛보고 표정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맛 없이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게 올라오는 풍미를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밥맛이 다르다’는 게 바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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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중천일 때 와서 석양보고 간 친구들
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저는 녹색연합의 회원입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로 친해진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회원들을 집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술도 함께 마셨어요! (대부분 팟캐스트 애매한언니들과 관련이 있는 사이이기도 합니다.) 집에 2m 길이의 테이블을 둔 건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어서 였는데, 드디어 처음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네요. 타로 능력자가 있어 다함께 타로를 보는 시간도 보냈는데, 저는 여사제 카드(사진은…
국제개발이 만드는 공동체를 보다, ‘에코희망여행’
이미 직업이 있는 어른이지만 장래희망은 농민이다. 그래서 농대를 나왔고, 직장생활을 하다 멘붕이 왔을 때도 치유하기 위해 농민단체로 도망가 일하기도 했다. 자연농을 빙자한 방치농이지만 열 평짜리 도시텃밭에서 6년째 농사짓고 있다. 나는 왜 마감노동자로 살면서 농민을 꿈꿀까. 나도 내 마음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내 눈에 농사는 늘 힙해 보였다. 계절마다 다른 일상을 살고 손톱보다 작은 씨앗에서 줄기가…
귀여운 디자인을 보면 마음이 움직일 거예요
남들은 얼마나 받을까? 프리랜서 창작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가격에 대한 질문. 한 신진 디자이너는 2016년, 다른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는 이름의 설문을 진행했다. 단순히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꾹꾹 눌러 적은 듯한 응답에서 공통적인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대부분의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이 계약서 없이 구두계약을 맺어왔고, 저작권이나 계약서 작성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하는 것이 소셜미션계의 인지상정. 작은 설문에서 출발한 문제제기는 2019년 봄, 한권의…
<대한민국 치킨전> 책담화 @애-매한언니들
생각하기 좋고, 기분 좋은 날 먹는 음식이란 결국 ‘관념’을 소비한다는 뜻이다. 그 관념은, 먹으니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아니라 기분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 먹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리 잡은 음식이 치맥이다. p.47 애매한언니들 54회는 유펑의농밀한이야기 코너입니다. 이번에는 정은정 작가님의 <대한민국 치킨전>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언니네텃밭 제철꾸러미에는 토종, 소농의 정신, 여성농민의 웃음이 담겨있다네
농민 개인을 만나는 것과 공동체 속 농민을 만나는 것은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 농사에 대한 가치관과 속도가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 함께 리듬을 맞춰가는 모습에는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해져 있으니까요. 언니네텃밭 전국 열두 곳의 꾸러미공동체에는 이러한 마음을 모아 매주 한번 꾸러미를 싸는 여성농민들이 있습니다. 지역이나 모인 사람의 숫자는 달라도 이 농사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가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소농이라는 점이죠. 작은 규모에 다양한 농산물을 기르니 손이 많이 가고, 수확량도 적어 팔기 애매한 농사. 하지만 그런 농민이 여럿 힘을 모으면 택배박스에 다양한 제철채소가 뚝딱 담기는 꾸러미가 됩니다. 언니네텃밭 꾸러미는 일주일에 한 번 이렇게 여성농민들의 텃밭에서 나온 제철채소로 소비자 회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농민이 과수 농사를 지으며 단작화 된 농지가 특히 많은 지역인 함안에도 이렇게 다양한 제철농산물을 지키는 언니들이 있습니다. 고소득·대규모 농사가 발달한 지역 안에서 생태를 위한 작은 농사와 토종씨앗을 지켜내려 누구보다 애쓰는 여성농민들, ‘함안아라씨앗드리 공동체(함안공동체)’ 언니들입니다. 함안공동체는 경상남도 함안군 여향면 주동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언니들이 살고 있는 주동리는 산 아래 작은 필지가 조각조각 흩어져 있어 단일 작물보다는 작은 텃밭 농사를 짓기에 적당한 곳입니다. 그래서 함안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과수원이 적은 동네지요. 이러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여성농민회 활동을 하고 있던 정은미 언니 눈에 꾸러미 공동체의 가능성이 보였다고 합니다.꾸러미 작업장에 도착하니 마침 은미언니와 김순연 언니, 이은정 언니가 모여 햇땅콩을 다듬고 있습니다. 언니들을 만나 공동체 소개를 들어봤습니다. 언니네텃밭 네이버포스트에서 기사 전문 읽기핀치에서 일러스트와 함께 기사 전문 읽기
여성농민이 하는 일
(언니네텃밭 상주공동체 김정열 여성농민)“자, 아롬아. 이거 먹어볼래? 우린 두부를 좀 넉넉히 만들어서 남은건 로컬푸드 매장에도 팔아. 이렇게 순두부로 만들기도 하고. 우리 이거 팔아서 창고 지을 거다.”“아니 언니, 너무 티끌 모으시는 거 아녜요? 이래서 언제 태산되나.”“우리 여성농민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맨 티끌 모으는 거지.”“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생협의 한계, 마을카페로 풀어내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 작은 골목에 자리한 ‘인드라망 행복중심생협(인드라망 생협)’ 옆에는 마을사람이 모여 생협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료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마을카페 그물코 협동조합(카페 그물코)’이다. 규모가 작은 카페지만 단순히 음료만 판매하지 않는다. 카페 조합원들은 자투리 공간도 알뜰하게 나눠 소모임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정직하게 만든 건강한 먹거리만큼 마을사람들과의 건강한 관계도 중요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 카페는 왜 이렇게 마을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 만들고, 배우고 싶어할까. 호기심이 생긴다. 카페 그물코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알아야 한다. 지리산에 인접한 남원시 산내면에 중심을 두고 활동하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모든 실상이 연결된 유기적 생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우주의 생명 질서인 공존, 협동, 균형의 길을 간다’는 인드라망 가치 아래 만들어진 공동체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귀농, 생활협동조합운동, 대안교육, 생명환경과 생태공동체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카페 그물코가 자리한 건물에는 인드라망 생협 뿐 아니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무실, ‘우리옷 인드라망’ 매장이 함께 자리 잡고 있으며, 세 주체는 서로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서로 같은 가치로 마을에 자리 잡고 주민들을 맞이한다. 사회적협동조합 세이 포스트에서 기사읽기
음대생과 친구들, 함께 살아요
대학생 하우스메이트가 함께 살며 기쁨과 위로를 나누던 드라마 ‘청춘시대’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켰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정상가족’보다 다양한 구성원이 주거 공동체를 이루는 ‘대안가족’ 담론이 풍성한 시대, 서로의 사정을 가까이 이해하고 때론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는 음대생 주거 커뮤니티가 생겼다. 바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기업 ‘클래식온’이 만든 ‘우락부락’이다.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쉐어하우스 우락부락은 총 4개의…
궁금한 건 못참아
자신의 빈 창고를 통 크게 함안꾸러미공동체에 기증한 김순연 여성농민. 조각조각 흩어진 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길러 자급자족하고, 남는 건 꾸러미에 내며 살아가는 여성농민이다. 2011년 언니네텃밭 함안꾸러미공동체가 시작할 때부터 합류해 한번도 그만둔 적 없을만큼 애정도 역할도 크다. “순연 아지매는 고구마밭에 뽕나무 세그루가 생겼는데 그게 너무 신기해서 뽑지도 못해. 풀 메는 건 또 어찌나 재밌는지 몰라. 보통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