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파머에서 2018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년 9개월이라는 시간을 매니징에디터로, 기획자로 보냈다. ‘농촌페미니즘’과 ‘소농’이라는 마이너 장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헬로파머라면 원하던 기획을 마음껏 할 수 있을거라 판단해 3.8 여성의날 기획을 들고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 판단은 정확했다. 다른 회사라면 ‘안 돼’라 말했을 두 주제를 즐겁게 다룰 수 있었고, 농촌에 사는 분들과 농민들에게 많은 응원도 받으며 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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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서 먹는 떡볶이
책을 안 봐도 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럼에도 살고 싶을 땐 이런 강하고 욕구에 충실한 것들, 당이라든지 탄수화물이라든지, 매운 맛이 한번에 응집되어있는 음식을 먹고 싶으니까. 그래서 아주 맵고 고운 고춧가루를 샀다. 그 고춧가루(청주 방앗간에서 왔음)에 멸치육수와 김포로컬푸드 양배추와 떡을 넣고 멸치액젓, 촌장님이 주신 간장, 냉이(김포), 전분, 너래안 참깨를 넣어…
토종이자란다 2020년 공부모임 후일담
#1 30년차 농민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농사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먹고나 살어.” #2 동물이 귀엽다고 눈을 반짝이지 마라-정화: 아까 어떤 선생님 말 들어보니까 너구리가 손이 발달해서 땅콩을 파헤쳐 놓고 남은 걸 또 갖고 갔다더라.-나: ?-정화: 아니 지금 눈을 반짝이는 거야? 그럼 안돼! ? #3 새에게 맛을 들키지 마라영암농민: 새는 맛을 알면 더 와요. 첫해에는…
대저토마토 통밀쌀리조또
끈적이거나 질척이지 않고 알알이 씹히는 통밀쌀로 만든 리조또가 참 좋다. 그래서 리조또를 만들 땐 토종 통밀쌀을 주로 쓴다. 통밀쌀은 알알이 씹히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참 매력적이다. 마침 집에 대저토마토가 너무 많아서(플렉스 해버렸다)! 만들어본 대저토마토 통밀쌀리조또 레시피를 풀어본다. 재료: 통밀쌀(다른 쌀도 괜찮음. 통밀쌀이 부족해서 녹두도도 섞었다/모두 고령 서숙경 농민), 양파(논산 꽃비원), 마늘(무안 황선숙), 완두콩(구례 자연의뜰), 표고버섯(상주), 대저토마토(염규황),…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아니었다.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이야기다. 최근 같이했다고 생각한 ‘프로젝트(이것은 나의 지칭이다)’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나는 그 프로젝트를 ‘공식적인 일’로만 생각해왔다. 그래서 아주 잘하지는 않아도 결과에 책임질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나올 때마다 스스로 반문했다. 이 결과가 정말 괜찮은가? 이 일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책임지고 있는 것일까? 질문을 거듭할수록 자신이 없었다. 이…
배움이란, 생태계를 믿고 가꾸는 힘
농사 잘 짓기로 유명한 농민을 찾아 비법을 물었다. 그의 하우스 한 쪽에는 오래된 농대 재배학 교재가 놓여 있었다. 그가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읽고 참고했을까. 책은 원래 부피의 세배나 부풀어 올라있었고, 흙물이 배지 않은 쪽이 없었다. 그 책을 유심히 살펴보는 내게 농민이 말했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에 농대를 나온 친구가 준 건데 처음에는 정말…
‘농촌이 살만하다’는 말의 특권
‘리틀 포레스트’, 개봉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 제목이자 농촌 여성청년에게 붙는 수식어다. 영화 속 주인공은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등짝을 때릴지언정 따뜻한 밥 한 끼 먹여 보내는 이웃(정확히는 고모)과 함께 살아간다. 영화만 보고 이러한 삶을 농촌에 혼자 사는 여성의 이야기로 퉁치면 곤란하다. 주인공이 현실 농촌에서 살고 있다면 자급자족은 한가한 소리이자, 친구는 커녕…
들판에서 관찰하고 투쟁한 시간을 책으로 담아낸 여성농민, 구점숙
여성농민이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냈다. 살림이나 농촌 살이의 즐거움이 아닌 여성농민으로 살며 고군분투한 일상과 노동에 대해 꾹꾹 눌러쓴 불편한 이야기다. “고조선이야 뭐야?” 성차별적인 발언을 일삼는 남성 연예인에게 한 여성 연예인의 일침은 끊임없는 패러디를 파생하며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 고조선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 철기시대를 사는 여성들이 있다. 다름 아닌 여성농민들이다. 세상이 갈수록 ‘스마트’해져…
투쟁하는 언니들의 매운맛 김치
“‘농민수당’이 가구를 단위로 주기로 되어있으니 사실상 농가수당처럼 되어있는데, 부여는 우리가 농민회랑 간담회도 하고 군이랑 TFT꾸려서 “적게 받더라도 전체 농민이 다같이 받아야 한다”고 열심히 요구해서 2021년부터 농민수당으로 농가당 농민 수대로 지급하는 형태로 조례를 발의했어. 그런데 충남도는 다른 지역처럼 농민수당을 농가당 지급한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태야.” 전국여성농민회의 요구로 여성농민도 농업경영체 등록을 공동으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농민수당도, 농지원부도, 농업 경영체도 사실상 한 가구당 세대주인 단 한 사람만 농민으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명할 수도 권한도 없는 지위가 바로 여성농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하다 사고라도 나잖아? 그럼 서류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혀.”“얼마전에 농신보(농협신용보증)에서…
고민을 맞들어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드는 시간, 상주 서울농장 <삶팡질팡> 캠프
지하철 플랫폼 풍경 속 우르르 쏟아지듯 바삐 오가는 사람들. 상주라는 지역과 인연을 맺은 여섯명의 청년들도 그런 사람 무리 중 하나였다. 다만 그들은 끝없이 되물었다. 이런 삶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그들은 올해 청정경북 프로그램(서울 청년이 6개월 동안 경북지역에 살며 청년과 지역이 동반성장하는 것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났고, 서울을 떠나 도시에서 삶과 일의 균형을 찾으며…